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일대를 ‘래미안타운’으로 만드는 데 다가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도곡동 도시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확고한 선호도를 확인하면서 개포한신아파트 등 향후 이 일대의 재건축사업을 잇달아 따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물산 서울 강남에서 입지 확고, 오세철 도곡동 래미안타운 만든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26일 삼성물산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물산은 서울 도곡삼호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놓고 조합으로부터 먼저 사업참여를 제안받은 뒤 수의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10일 수주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은 사업성이 높은 데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일반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시공사가 선정되는데 이례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도곡삼호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확정하기 전에 시공사 선정이 단독입찰로 2번 유찰됐다.

하지만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인접한 입지 등을 고려했을 때 조합이 경쟁입찰을 다시 추진했다면 충분히 성사됐을 것이라고 도시정비업계는 보고 있다. 

2번의 유찰로 수의계약이 가능해지자 바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택한 것은 조합 내부에서 삼성물산 선호도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많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도곡삼호아파트는 현재 144세대의 소규모 아파트로 재건축을 통해 얻는 시공이익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다”며 “다만 삼성물산은 조합 내부 지지를 확인해 잡음없이 사업을 수주할 수 있고 인근을 래미안타운으로 조성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업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내정자는 도곡삼호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이례적 방식으로 확보하면서 도곡동 일대의 도시정비사업을 계속 수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도곡삼호아파트가 있는 도곡동 일대에서는 개포한신아파트(622세대), 개포우성4차아파트(459세대), 개포럭키아파트(128세대) 등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속도가 빠른 개포한신아파트는 재건축사업을 위한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사업시행인가가 나오면 바로 시공사 선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면 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두고 수주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오 내정자가 확고한 조합원 선호도를 등에 업고 개포한신아파트를 수주한다면 단일 브랜드로 인근 대단지를 형성하는 효과까지 내세워 바로 인접한 개포우성4차아파트 수주전에서는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설 수 밖에 없다. 

이 단지들은 대규모는 아니지만 용적률이 140%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재건축을 통해 2배 가까이 세대 수가 늘어날 수 있어 사업성이 우수할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매봉역과 양재천을 끼고 있는 입지 덕에 재건축 이후 국내 최고가 아파트 반열에 오를 가능성도 높아 오 내정자로서는 래미안 브랜드 위상을 더욱 높이는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오 내정자가 개포한신아파트와 개포우성4차아파트 재건축사업까지 수주한다면 도곡동 일대는 사실상 ‘래미안타운’이 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부터 양재천까지 언주로를 따라 들어선 아파트 가운데 래미안이 아닌 단지는 ‘도곡렉슬’ 정도만 남는 데다 개포한신아파트 맞은편으로는 삼성물산 주택사업의 상징인 타워팰리스까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도곡동은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개포동과 붙어있기 때문에 도곡동 일대의 수주효과로 삼성물산이 개포동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도곡동 일대에 래미안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고 집값이 높아지면 인근의 재건축조합도 이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포동에는 개포주공5·6·7단지, 개포 민영 ‘경남1·2차, 우성3차, 현대1차(경우현)’단지 등 재건축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도곡동 일대의 재건축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 수주에는 항상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사업 등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다만 시공사 선정까지는 시간이 남은 만큼 내부 검토가 계속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