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윤 씨젠 대표이사가 세계 체외진단기기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 카드를 적극 검토할 수 있다.

씨젠은 지난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앞세워 단숨에 몸집을 불리고 세계 체외진단기기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였는데 앞으로 로슈, 지멘스 등 글로벌기업과 제품 경쟁력으로 정면대결을 펼쳐야 한다. 
 
씨젠 현금 충분히 쌓았다, 천종윤 첨단기술기업 인수 가능성에 시선

▲ 천종윤 씨젠 대표이사.


25일 바이오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씨젠이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체외진단기기산업에서 디지털 분자진단이 차세대 기술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분자진단 기술을 활용하면 검체를 더욱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 따르면 씨젠 역시 디지털 분자진단장비를 개발하고 있는데 아직 출시할 만큼 진척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씨젠은 현금도 충분하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씨젠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씨젠은 2020년 9월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약 1998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매출 신기록을 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금성 자산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천 대표는 씨젠을 글로벌 분자진단 전문기업으로 키운다는 큰 그림을 그려두고 있지만 당장 내세울 만한 제품은 코로나19 진단키트뿐이다.

씨젠은 코로나19 뒤 유럽 등 해외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통해 쌓은 인지도를 활용해 자궁경부암(HPV) 등 다른 질환 대상 진단키트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과연 이런 제품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뛰어넘는 실적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코로나19 진단키트는 빠르게 개발한 덕분에 시장 선점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앞으로는 로슈, 지멘스, 애보트, 다나허 등 글로벌 체외진단기기 기업들과 정면에서 경쟁해야 하는 만큼 성과를 확신하기가 힘들다. 

이 글로벌 체외진단기기 기업 4곳은 세계 체외진단기기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진입장벽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체외진단기기시장 규모는 2018년 612억2000만 달러에서 해마다 4.5%씩 성장해 2026년이면 871억1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천 대표는 이제까지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렸는데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하는 일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아 보인다. 

당장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일이 쉽지 않다. 씨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출 1조 원 이상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데도 시장은 씨젠의 지속성장 가능성을 놓고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나온 뒤 진단키트의 필요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씨젠 주가는 좀처럼 20만 원 고지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씨젠은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1875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에는 매출 1조4762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