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원시장의 터줏대감으로 꼽히는 지니뮤직이 글로벌기업들의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한국 음원서비스시장에서 충성고객 잡아두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KT, LG유플러스 등 결합상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이동통신사를 대주주로 안고 있는 데다 한국 음원서비스시장에서 30여 년의 업력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세계 1위 음원서비스업체 스포티파이 등에 쉽게 시장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니뮤직 케이팝 충성고객 믿는다, 스포티파이 진출에 맞서 전열정비

▲ 조훈 지니뮤직 대표이사 사장.


24일 음원서비스업계에 따르면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이 시장에 미칠 파장에 국내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스포티파이는 2021년 상반기 안에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는데 한국 음원 확보를 위한 협상들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니뮤직은 한국 음원시장에서 최근 고객을 늘리며 입지를 지키고 있는데 구글의 유튜브뮤직에 이어 스포티파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와도 겨뤄야 할 상황에 놓였다.

지니뮤직은 매출의 약 77%를 이통사 제휴상품 등 B2B(기업 사이 거래) 경로를 포함한 일반소비자 대상 음원서비스에서 내고 있다.

최근 케이팝을 앞세운 해외 음원유통사업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2020년 3분기 기준 음원 해외유통 매출이 지니뮤직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소비자 대상 음원서비스시장 점유율은 회사의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인 셈이다.

지니뮤직은 유튜브뮤직,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강자들의 등판에 맞서 한국 소비자에 관한 경험치에 기반한 오랜 업력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충성고객을 계속 잘 끌고 가자는 것이 2021년 사업 목표”라며 “지니뮤직이 1991년부터 한국에서 음원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에 한국 고객에 맞춘 추천, 선별서비스를 잘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 음원서비스 이용자들은 ‘케이팝’을 듣는 비중이 굉장히 높은 편인데 지니뮤직은 CJENM 등을 주주로 두고 있고 음원유통사업도 직접 하고 있어 음원 확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스포티파이는 2020년 초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사내이사 선임까지 마쳤지만 음원 확보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어 서비스 출시시점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니뮤직은 KT, LG유플러스 등 주요 주주들과 시너지도 안정적 고객 확보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KT, LG유플러스 등과 제휴계약을 통해 고객을 유입시키면서 음원서비스시장에서 견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0년 3분기 기준 지니뮤직은 음원서비스 매출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이통사 등 기업제휴에서 내고 있다.

지니뮤직이 2020년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 수준을 보이며 좋은 실적을 보여준 데도 이통사와 결합상품을 다각화하면서 고객이 늘어난 점이 한 몫을 했다.

모바일 빅데이터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국내 2위 지니뮤직 월간 순이용자 수는 2020년 10월 기준 303만6809명으로 2019년 1월보다 11.9% 증가했다.

반면 국내 1위 카카오 멜론의 월간 순이용자 수는 2020년 10월 598만1227명으로 2019년 1월과 비교해 19.5% 줄어들었다. 멜론은 과거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을 기반으로 순이용자수를 급격하게 늘렸으나 서비스 개시시점은 2004년으로 업력이 지니뮤직의 절반가량에 머문다. 

다만 스포티파이는 만만치않은 상대로 평가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세계 음원서비스시장 점유율이 35%에 이르는 거대한 기업이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부문 역량도 뛰어나다. 스포티파이는 사용자가 음악을 듣는 시간과 취향, 음악감상 습관까지 분석해 음악을 추천해주는 고도화된 추천시스템과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사용자들로부터 “플랫폼이 나보다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서 정식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이미 인터넷 우회접속 등을 통해 스포티파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음원서비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포티파이는 글로벌시장에서 ‘큐레이션’서비스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결국 스포티파이가 케이팝 음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또 한국 소비자들이 스포티파이에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한국에서 서비스 성패를 가를 열쇠가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