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과 SK하이닉스시스템IC 등 중국 파운드리시장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중국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맡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국 반도체의 상당 부분을 생산하던 대만 TSMC는 미국 정부와 손잡고 중국에서 멀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기업 SMIC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사업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DB하이텍 SK하이닉스시스템IC, 중국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수혜

▲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사장.


20일 TSMC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부분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2019년 4분기까지만 해도 TSMC 분기별 매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22%에 이르렀다. 그런데 2020년 4분기에는 6%로 줄었다. 1년 만에 16%포인트나 감소한 것이다.

중국의 빈자리는 대부분 미국 반도체기업들이 채운 것으로 파악된다. TSMC 매출에서 북미 비중은 2019년 4분기 59%였는데 지난해 4분기에는 73%를 보였다.

이런 현상은 최근 TSMC가 보이는 미국 친화적 행보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지난해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중국 최대 반도체 고객사로 꼽히는 화웨이와 거래를 단절했다. 현재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새로운 반도체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TSMC가 중국을 멀리하는 것은 올해부터 중국 파운드리 수요가 본격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8인치(200mm)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할 공산이 크다.

200mm 웨이퍼는 300mm 웨이퍼와 비교해 한 웨이퍼당 반도체 생산량이 적다. 하지만 생산비용은 훨씬 저렴해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다.

최근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등 IT기술을 육성하고 있다. 그만큼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반도체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중이다. 

문제는 중국에 반도체 생산기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연히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는 외부 파운드리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시장 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국 반도체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된 반도체는 14.7%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TSMC가 2019년 중국 파운드리시장 59%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중국에도 파운드리기업이 있다. 중국 1위, 세계 5위 SMIC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SMIC는 2019년 중국 파운드리시장 점유율 16%에 머물렀다.

SMIC가 TSMC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사업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화웨이에 이어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으면서 미국기업의 반도체장비와 반도체소재를 입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에서 미국 기업과 협력 없이 반도체를 만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중국 팹리스들은 앞으로 DB하이텍과 SK하이닉스시스템IC 등 국내 파운드리기업에 더 많은 반도체 일감을 맡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TSMC에 이어 파운드리시장 2위에 있는 삼성전자도 기흥 사업장에서 200mm 파운드리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능력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이미지센서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삼성전자 자체 반도체를 위해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B하이텍 SK하이닉스시스템IC, 중국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수혜

▲ 이동재 SK하이닉스시스템IC 대표이사.


반면 DB하이텍과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 파운드리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DB하이텍은 현재 매출의 50%가량을 중국 업체를 통해 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지 고객사를 대상으로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고객을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급성장하는 중국 팹리스시장에 전력반도체,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아예 생산거점 자체를 중국으로 옮겨 현지 고객 확보를 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2017년 7월 SK하이닉스에서 분사한 파운드리 전문기업이다. 2018년 중국 우시 시정부 투자회사인 우시산업집단과 합작법인을 세운 뒤 우시에 파운드리공장을 지었다.

현재 SK하이닉스시스템IC 우시공장은 충북 청주에 있는 기존 200mm 파운드리공장의 반도체장비를 옮겨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일부 반도체를 시험생산하며 소규모 매출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