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다음 대표이사로 내정된 조욱제 총괄부사장이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키우기 위한 과제를 넘겨받아 어깨가 무겁게 됐다.

조 부사장은 유한양행의 전통에 따라 이정희 대표이사 사장이 3월 임기를 마치면 뒤를 이어 대표이사에 오르게 된다.
 
유한양행 대표 내정 조욱제, 비소세포폐암 신약의 해외성공 짊어지다

▲ 조욱제 유한양행 총괄부사장.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글로벌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 원 이상) 신약으로 거듭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렉라자는 국내 31호 신약에 이름을 올렸지만 연구개발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내는 단계까지 나아가려면 해외에서 성공이 필수적이라는 시선이 제약바이오업계에 적지 않다.

국내에서 렉라자 이전에 모두 30개의 신약이 등록됐으나 지난해 매출이 1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은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HK이노엔의 위장질환 치료제 ‘케이캡’ 등 3개뿐이다. 

대부분 신약이 국내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시장 규모에서 국내외의 차이가 크다 보니 국내시장 공략만으로는 매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내 신약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제품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유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8일 임상3상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렉라자의 품목허가를 승인했다. 

이정희 사장이 렉라자의 기술수출과 국내에서 상업화까지 이끌었는데 다음 단계인 해외에서 성공은 조욱제 부사장이 과제로 안게 됐다.

렉라자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 치료제인 ‘타그리소’를 넘어서야 하는 만큼 조 부사장은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3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얀센과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타그리소는 영국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세계에서 연매출이 3조 원가량에 이른다. 타그리소는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는데 출시 4년 만에 비소세포폐암 1, 2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장악하면서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타그리소를 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서지 못한다면 사실상 렉라자는 시장 경쟁조차 꿈꾸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유한양행의 경쟁사 한미약품도 폐암 치료제 ‘올리타’를 개발했지만 2018년 결국 임상3상을 포기했다. 개발에 성공해도 타그리소에 밀려 시장가치를 확보하는 게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렉라자는 현재 유한양행 주도의 글로벌 단독 임상3상과 얀센 주도의 ‘렉라자+아미반타맙’ 병용 임상3상 2가지 방법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다행히도 지금까지 임상결과가 나쁘지 않다.

특히 얀센 주도의 렉라자 병용임상에서는 타그리소의 대체재로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  

얀센이 지난해 9월 유럽종양학회(ESMO)에 내놓은 연구자료에 따르면 렉라자는 아미반타맙과 병용투여했을 때 기존 치료제인 타그리소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얀센과 임상 연구자료를 공유하는 등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으며 훗날 얀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등 방식으로 렉라자의 입지를 넓히는 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얀센과 렉자나의 해외판권을 넘기는 내용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7월 유한양행의 다음 대표로 내정됐다.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의 뜻을 따라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존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되기 6개월 전 부사장 2명을 경합해 대표이사 내정자를 정한 뒤 이때부터 인수인계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부사장은 30년 넘게 약품사업부에서만 근무해 ‘영업 전문가’로 불린다.  

1955년에 태어나 고려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했다. 유한양행에는 1987년 입사했으며 병원지점장과 전문의약품(ETC)영업1부장 등을 거치면서 유한양행이 현재와 같은 강력한 영업력을 갖추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