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준법경영 의지를 나타내며 마련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진정성이 있다고 봤지만 제도의 실효성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재용 삼성 준법감시위, 재판부 '집행유예' 눈높이에 무엇이 어긋났나

▲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부장판사.


이 부회장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애서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모두 인정했기 때문에 이번 선고에서 관심의 초점은 형량과 집행유예 여부였다.

이 부회장의 최종 형량은 2018년 2월 항소심 때와 같다. 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는 법원의 재량에 따라 최대 5년 이하의 범위 내에서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항소심 때 이 부회장은 4년의 집행유예를 받고 구속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적용하지 않고 곧바로 이 부회장을 구속했다.

2020년 특검 측에서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는 예단을 드러내고 있다며 기피신청까지 냈던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로 여겨진다.

재판부가 양형 판단의 조건으로 고려하려 했던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이 재판부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피고인의 진정성과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이 사건에서 양형조건으로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준법감시위원회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행동을 선제적으로 감시하지 못한다고 바라봤다. 구체적 준법감시방안과 위법행위 감시체계가 확립돼지 않았으며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판단하기 위해 위촉한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심리위원들은 2020년 12월 평가 보고서에서 준법감시위원회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새로운 위험유형을 감시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고 위원회 권고를 따르지 않을 때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홍순탁 회계사는 “감시체계를 수립하지 않았고 최고경영자의 법률 위반에 성역없이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조차도 “실효성을 판단하기 이르다”면서 “임의적 외부조직으로서 지니는 한계가 있다”고 바라봤다.

준법감시위원회는 11일 이 부회장과 직접 만나 지속적 활동을 보장받고 전문심리위원의 지적사항과 관련해 외부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로 하는 등 실효성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재판부의 집행유예 판단을 이끌어 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재판부는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며 준법감시제도를 구축하면 처벌을 낮춰주는 미국의 연방양형기준 적용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2020년 2월 외부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하고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7개 주요계열사와 준법감시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준법감시협약이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로 확산되지 못했고 삼성물산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등의 사건을 놓고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등 미흡한 점을 나타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2020년 12월30일 결심공판에서 “삼성의 준법감시제도가 100% 완벽하지 않지만 지속가능성과 진정성을 확보했다”며 “국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양형에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는 2020년 1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항소심에서 준법기구 설치를 이유로 형량을 절반으로 줄인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도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에 반영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