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이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까지 국내 배터리3사 모두를 배터리 양극재 고객사로 확보할 채비에 나섰다.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은 유럽 현지에 세우는 첫 해외 생산기지를 통해 기존 고객사의 수요에 즉각 대응하면서도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공급할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 유럽 양극재공장 추진, 이동채 LG에너지솔루션도 손짓

▲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 겸 에코프로 대표이사 회장.


1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유럽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양극재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고객사와 접근성, 입지조건 등을 고려해 유럽현지에 양극재공장 설립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생산공장 위치는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배터리3사 모두 헝가리와 폴란드에 유럽시장을 공략할 배터리 생산기지를 구축해뒀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이 고객사로 두고 있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모두 배터리 생산공장을 헝가리에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당일 소재 공급이 가능할 정도로 고객사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헝가리 지역은 다른 배터리소재인 전지박업체들도 최근 공장을 건설했거나 공장부지 선정지역으로 검토할 만큼 국내 배터리3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한 중요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더구나 헝가리는 산업용 전기료가 저렴한 데다 고온의 양극재 공정에 적합한 서늘한 날씨 조건까지 갖춰 유력한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으로서는 유럽 현지공장을 통해 기존 고객사와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뿐더러 인근 폴란드의 LG에너지솔루션을 배터리 양극재의 신규 고객사를 유치할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모회사 에코프로가 최근 LG화학과 폐양극재를 재활용하는 양극재 스크랩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점도 LG에너지솔루션을 새 고객사로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는 LG화학이 자체 생산한 양극재를 수거해 양극재에 투입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원재료를 재활용하는 사업을 펼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에코프로는 이르면 2분기부터 LG화학의 국내 청주공장에서 생산되는 양극재 재활용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에코프로비엠이 유럽에 현지 공장을 세우면 앞으로 LG화학 폴란드 공장에서 양극재 재활용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채 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과 양극재 재활용사업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게 된 만큼 LG에너지솔루션과 신규 양극재 거래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 모회사 에코프로가 LG화학 폴란드 공장의 양극재 스크랩사업을 확보해 앞으로 두 회사의 협업이 시작될 것이다”며 “이는 에코프로비엠과 LG에너지솔루션 사이에도 신규 양극재 거래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상징적 거래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동채 회장은 과거 양극재에 투입되는 소재인 전구체를 LG화학에 공급했지만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관계가 끊어진 아픈 기억도 있는 만큼 양극재 재활용사업을 통해 양극재 제조원가를 낮춰 LG에너지솔루션에 다시 한 번 손 내밀 수 있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가 추진하는 양극재 스크랩사업에서 나오는 양극재 원재료 물량은 연 1만2천톤에 해당한다"며 "에코프로비엠이 연 3만~4만톤 양극재를 판매하는 점을 고려해보면 상당부분 제조원가를 낮추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