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내년에 미국과 유럽연합보다 아세안국가로 철강 수출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의 철강산업 보호무역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철강 수요 회복도 아세안국가들이 미국과 유럽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포스코, 미국 유럽의 철강 보호주의에 아세안 수출에 더 힘 싣는다

▲ 장인화 포스코 철강부문장 사장.


30일 포스코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철강산업 보호무역이 지속돼 포스코는 2021년에도 수출길을 넓히기에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018년부터 시행한 세이프가드 등의 관세 부과조치를 통해 한국산 철강제품 물량을 제한해왔는데 이런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철강협회는 11월 미국 원자재 전문매채인 S&P 글로벌플래츠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철강협회의 최우선 과제는 수입산 철강재와 관련해 기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유지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 관련 법안 통과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미국이 철강산업을 놓고 보호주의기조를 이어간다면 포스코로서는 미국 수출을 확대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럽철강협회도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2021년 6월30일 만료되는 철강 세이프가드를 산업 보호 차원에서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유럽연합은 2018년 7월부터 철강 세이프가드를 통해 일부 철강품목의 쿼터(수입제한 물량) 안에서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과 관련해 25%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이처럼 주요 철강 수요 국가에서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철강제품과 관련해 관세를 높이고 있는 점은 수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포스코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포스코는 2019년 별도기준 매출에서 수출비중이 45%에 이른다.

그렇다고 포스코가 내수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한국 정부가 중국이나 일본산 저가 철강제품과 관련해 반덤핑관세나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의 무역규제를 강화하지 않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오히려 밀리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철강제품 수입물량은 2019년 기준으로 1640만 톤으로 세계 5위 철강 수입국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포스코는 생산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이나 유럽 대신 아세안으로 눈길을 돌려 수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였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인도와 아세안은 중국과 유럽연합, 미국에 이어 각각 4번째와 5번째로 큰 철강 수요 국가로 꼽힌다. 인도의 철강 수요는 2019년 기준으로 1억150만 톤, 아세안은 같은 기간 7780만 톤을 소비했다.

내년부터 아세안 주요 국가에서 철강제품 관세가 낮아지는 점도 포스코가 아세안시장에 힘을 싣는 이유로 꼽힌다. 

정부가 11월16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 10곳을 비롯해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모두 15개 국가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하면서 아세안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철강제품 관세가 낮아진다. 

세부적으로 봉강과 형강은 5%, 강관은 20%, 도금강판 10% 등의 관세가 철폐된다.

포스코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 현지 합작법인을 두고 있어 내년에 아세안시장 공략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은 아직까지 인프라 설비가 미흡해 철강 관련 수요가 높은 데다 포스코의 주력 제품인 냉연제품이  이륜차 연료탱크 등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관련 수요도 창출할 수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세계 이륜차시장의 80% 이상이 아시아 국가에 집중돼 있는 만큼 이륜차 관련 산업이 철강제품의 전방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도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세계 4대 이륜차시장으로 꼽힌다.

내년부터는 포스코가 이런 국가에 수출하는 철강제품 관세가 낮아지는 만큼 수출량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9년 철강제품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국가 수출규모는 129억 달러(약 14조448억 원)로 세계 수출물동량의 47.8%에 이른다.

장인화 포스코 사장도 2019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관련 간담회에서 “인도네시아와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이 타결되면 한국 철강업계가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물량의 30%가량이 무관세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를 보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