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가 대학순위의 지속적 하락, 학생들의 연이은 총장 및 이사회 규탄 대자보 게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박종구 서강대 총장이 서강대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구성원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서강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낮아지는 대학역량, 재정 논란 등 서강대가 겪고 있는 위기들은 박 총장 및 이사회의 독단적 경영과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학교 안에서 높다.
최근 서강대는 국제대학평가들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영국 고등교육 평가기관인 QS가 19일 발표한 ‘2020년 세계대학 평가’에서 서강대의 국제대학 순위는 지난해 435위에서 454위로 하락했다.
또한 영국의 ‘타임스고등교육’의 ‘아시아 종합대학 평가’에서도 서강대는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순위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17년 95위에서 2018년 113위, 2019년 158위까지 순위가 하락하며 세종대와 건국대에게 역전당했다.
2019년 교수 논문의 질만을 평가하는 ‘라이덴 랭킹’에서는 국내 27위, 국제 903위에 그쳐 서강대 교수들의 연구역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학생들은 서강대의 재정문제에 관련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강대의 법정부담전입금 기준액 대비 법정부담전입금 부담액 비율은 30%미만으로 50%대인 전국 사립대학 평균보다 낮다.
법정부담전입금은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등에 따라 교수와 직원을 고용한 법인이 이들의 사학연금과 4대 보험의 50%를 지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법정부담전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부족금액을 학생들의 등록금인 교비로 충당하게 돼 학교 재정에 부담이 된다.
대학순위 하락과 재정문제와 관련해 박 총장과 이사회가 학교 경영에 학교 구성원의 충분한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총장은 총장으로 선임되는 과정부터 학생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전임 유기풍 총장이 2016년 9월 남양주 제2캠퍼스 설립문제로 이사회와 갈등하다가 자진 사임하자 이사회는 내정설이 돌던 예수회
박종구 신부를 서강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당시 서강대 학생들은 이사회가 의사소통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총장을 독단적으로 내정했다며 반발했다.
이에 따라 박 총장은 2017년 3월 취임식에서 "총장으로서 서강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구성원 화합을 이룰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성원 화합'은 말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서강대 학보사는 "총장 및 이사회 비판 기사를 게재하려다 학교 측으로부터 편집권을 침해당했다"며 백지발행 항의를 하기도 했다.
5월21일 서강학보는 총장 신임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이 내용을 이사회 문제 등 학교 비판기사들과 함께 게재하려 했다.
하지만 서강학보 주간교수는 “설문조사의 신뢰성이 불투명하고 총장에게 보낸 취재요청 메일이 예의가 없다”며 학생기자의 기사 게재를 승인하지 않았다.
서강학보 관계자는 “그동안 문제없이 이용해오던 방식 그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교수께 자문까지 구했다”며 "학교 비판적 기사들이 나가려 하자 학교 측에서 트집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학교 측은 “학교는 이 사안에 관여하지 않았고 주간교수는 단지 조언을 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중앙운영위원회 등 여러 학생단체들이 박 총장 및 이사회를 규탄하는 대자보들을 게시하고 있다.
대학가 관계자는 “서강대의 위기는 그동안 서강대 안에서 곪아왔던 상처들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라며 “박 총장이 서강대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면 학교 안팎의 비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