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고정관념 깬 역발상'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더현대서울 성공 그 다음은
등록 : 2023-12-26 09:19:14재생시간 : 7:58조회수 : 4,301서지영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국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 문을 열었다. 

이 백화점은 오픈 2년 9개월 만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백화점 업계의 기록을 새로 썼다. 더현대서울 이야기다. 

최근엔  더현대서울의 운영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겠다는 해외 기업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CEO들의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더현대서울 성공의 뒤에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있다.

정지선 회장은 선대 회장인 정몽근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6년째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끌고 있다. 특히 백화점에 집중돼있던 사업구조를  유통, 패션, 리빙 분야로 확장시키며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현대서울을 시작으로 현대백화점그룹 제2도약을 노리는 정지선 회장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 정지선의 리더십 키워드, 과감한 인수합병과 차별화 경영
       
정지선 회장은 지난 2008년 35세의 나이로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됐다. 당시 최연소 재벌 총수였다 보니 이래저래 조심스러운 것도 많고 사업을 과감히 밀어붙이기엔 부담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선 회장의 초반 행보가 신중했던 이유다.

정 회장이 진짜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취임 4년이 지나서였다. 가구업체 리바트를 시작으로 패션기업 한섬, 건축자재기업 한화L&C 등 굵직한 기업들을 인수하며 백화점 위주의 그룹 구조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패션기업 한섬은 인수 초기 실적이 부진해 정 회장의 판단이 틀렸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디자이너 수를 과감하게 늘리고 고급화 전략을 펴면서 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다시 태어났다.

주목할 점은 정지선 회장의 행보가 다른 유통 대기업과는 상당히 달랐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 빅3 가운데 유일하게 대형마트 사업에 참전하지 않았으며 롯데와 신세계가 통합 온라인몰을 강화할 때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들의 전문 온라인몰 전략에 집중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온라인 사업 매출은 2021년 기준 4조7천억 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도 1400억 원으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온라인몰에서 수백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것과 대비된다.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길을 간다는 정지선 회장의 뚝심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런 뚝심이 제대로 빛을 발한 야심작이 바로 더현대서울이다.

더현대서울은 출발부터 안팎의 반대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타운이라는 여의도의 특성상 주말 고객을 모으기 어렵고 오프라인 쇼핑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데 국내 최대 규모 백화점이라는 콘셉트가 소비자에게 통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정지선 회장은 과감하게 사업을 밀어붙였다. 

더현대서울의 핵심무기는 바로 기존 백화점의 틀을 완전히 깨는 혁신이었다. 

더현대서울은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을 고객 휴식공간으로 꾸미고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천장을 설치했다.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더 오래 머물고 싶은 힐링 공간으로 백화점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주력 고객층도 MZ세대로 재설정하면서 이색적 팝업스토어로 승부수를 띄웠다. BTS, 블랙핑크, 아이브 등 유명 아이돌그룹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유튜버 ‘다나카’ 등과 협업한 트랜디한 팝업스토어를 이틀에 한번 꼴로 운영한 것이다.

이런 전략의 결과 더현대서울은 오픈 2년 반 만에 누적 방문객 1억 명을 돌파했으며 2030세대의 매출 비중이 60%에 달할 정도로 MZ들의 성지로 자리잡았다.

특히 올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꾸민 테마 공간은 두차례 방문예약이 30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크리스마스 성지로 자리잡기도 했다. 

K팝, K패션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코스로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 외국인들의 매출도  전년 대비 891%나 급증했다.

정지선 회장은 여세를 몰아 광주광역시에 초대형 문화복합쇼핑몰 ‘더현대광주’를 출점할 계획을 세웠다.

더현대서울의 1.5배에 달하는 메머드급 규모로 국내에서 가장 진화된 미래형 리테일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백화점에 이은 정지선 회장의 다음 승부수는 바로 면세점이다. 

올해 3분기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사상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하면서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주목할 것은 면세점 사업에도 정지선 회장의 역발상 전략이 발휘됐다는 점이다. 

2020년 당시 일부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면세점 사업 철수를 선언했던 상황에 놓여있었지만 정지선 회장은 반대로 면세점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에 도전한 것이다.

당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높은 입찰가를 써내면서 신라, 롯데, 신세계를 제치고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다. 업계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넘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한다고 판단하고 과감한 베팅을 한 것이다.

이후 정지선 회장은 코로나 기간 적자가 늘어가는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며 엔데믹 이후를 대비해왔다.

물론 아직까지는 면세점 빅4 가운데 최약체인 상황이지만 정 회장은 인천공항의 면세점 사업권을 무기로 경쟁자들을 추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지주회사 체제로 새 출발한 현대백화점그룹, 토탈라이프케어 기업 위한 정지선의 복안은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앞으로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를 통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2030년 매출 40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지선 회장은 특히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계 1위 식품기업 네슬레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차세대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헬스케어 시장에서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통 계열사를 통한 독점판매로 존재감을 굳히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기존 사업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패션계열사 한섬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운 새로운 패션브랜드 론칭, 고기능성 화장품 등 뷰티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지선 회장의 진짜 비전은 의식주 전반을 아우르는 토탈라이프케어 기업인 셈인데, 이를 위해서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지난해 9천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인수한 가구,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다.

지누스는 인수 후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들면서 좀처럼 실적 반등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경영효율화와 판매 채널 확대를 통해 지누스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가 현대백화점 그룹의 사업다각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지선 회장은 파격과 혁신을 통해  더현대서울의 성공을 만들었으며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차별적 행보로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과연 정지선 회장의 역발상 경영이 또 한 번의 성공스토리를 써낼수 있을지 궁금하다. 윤휘종 기자
<저작권자 © 채널Who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