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이익 자체가 목적 아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지주사 전환으로 제2 도약을
등록 : 2023-12-19 10:41:44재생시간 : 7:8조회수 : 4,345서지영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자금을 아낌없이 지원했던 사업가가 있다. 

해방 후에는 인재 양성이 조국의 미래라는 신념으로 세계 최초의 교육보험을 창안하기도 했다. 또한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기치를 내걸고 광화문 금싸라기 땅에 세계 최대 규모의 서점을 열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키워냈다.

교보생명 신용호 창업주의 이야기다.

교보생명은 창업주의 이런 경영철학 덕분에 유한양행, LG그룹, 동화약품과 함께 대표적 애국기업으로 꼽힌다.

주목할 것은 이런 창업주의 철학이 대를 이어져 내려왔다는 점이다.

아버지를 이어 교보생명을 맡은 신창재 회장은 교보생명을 국내 빅3 생명보험사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특히 지난 2003년에 1830억 원이라는 당시 사상 최대의 상속세를 납부하면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이는 SK그룹, 현대그룹이 상속 과정에서 낸 것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다.

교보생명의 비약적 성장을 이끈 주인공이자  교보생명 제 2의 도약을 노리는  신창재 회장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 고객 중심의 정도경영과 디지털 혁신, 신창재 회장이 교보생명의 부활 이끈 원동력

신창재 회장은 의대 교수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신 회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2000년 투병 중이던 부친의 부름을 받고 교보생명 회장에 취임했다.

당시 교보생명은 IMF 여파로 적자 규모가 2500억 원이 넘었던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었다. 신 회장은 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경영혁신’을 내걸고 회사를 살리기 위한 수술을 시작했다.

신 회장이 가장 처음 손을 댄 것은 실적을 위해 부실계약서를 작성하는  잘못된 영업관행을 뜯어고친 것이다. 신 회장은 이를 위해 영업조직을 정예화하고 주력상품도 중장기 보장성 보험 위주로 전환하면서 내실 성장에 집중했다.

또한 교보생명은 설계사가 고객들을 정기 방문해서 보험을 관리해주는 ‘평생 든든 서비스’를 내놓는 등 업계의 패러다임을 고객 중심으로 바꾸는 데 집중했다. 

이런 노력 끝에 신 회장의 취임 1년 만에 교보생명은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이후 매년 5천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초대형 금융사로 탈바꿈했다. 무디스에서 8년 연속 A1등급을 받으며 금융권 최고 수준의 신용평가를 받는 회사로 거듭나기도 했다. 

신창재 회장의 내실경영 원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단기납 종신보험 경쟁에 참전하지 않은 것이다.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은 새 국제회계기준 기준으로 많이 팔수록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기 성과가 보장되는 상품이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너도나도 이 상품 판매에 뛰어든 이유다.

하지만 신 회장 보험회사는 사회를 보호하는 금융시스템 역할을 할 수 있게 노력해야지 매출 경쟁에 치중하느라 보험사업자 본연의 역할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하고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 판매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신 회장이 계속해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 결과,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을 판매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교보생명의 CSM은 상반기와 비교해 1조2천억 원 정도 늘어났다. 대부분 보험사들의 CSM이 줄어든 상황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것이다.

교보생명의 성장을 이끈 신창재 회장의 또다른 무기는 바로 디지털 혁신이다.

교보생명은 디지털과 관련해,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장 많이 갖고있는 보험사다. 

2022년 교보생명은 보험사 최초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보험업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오픈뱅킹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앱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고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제 2도약 노리는 신창재 회장, 재무적 투자자와의 갈등 극복할까

그렇다면 신창재 회장이 그리는 교보생명의 미래 비전은 무엇일까? 바로 금융지주회사 설립이다. 

기존의 생명보험 중심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을 통해 손해보험업과 증권, 자산운용 등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 바로 재무적 투자자(FI)와의 갈등이다. 

앞에서 잠깐 신창재 회장의 상속세 납부 이야기를 했는데, 당시 18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신창재 회장은 갖고 있던 교보생명 주식을 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주식을 샀던 대우그룹이 파산하면서 이 보유지분은 어피니티 컨소시엄에 넘어갔다.

당시 교보생명과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기업공개를 하지 못하면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교보생명의 상장이 계속 미뤄지면서 2022년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풋옵션을 행사했고, 신 회장측이 여기에 반발하면서 현재까지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지나치게 신중한 신 회장의 경영스타일도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 회장은 KB금융, ING 생명, 우리은행 등의 커다란 인수합병(M&A)에 나섰다가 모두 중도에 포기했는데, 만약 이 가운데 하나라도 성사를 시켜서 교보생명 몸집을 키우고 기업공개에 성공했었다면 지금의 경영권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신 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통해 교보생명의 제 2도약, 경영권 안정이라는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재무적 투자자와의 갈등을 봉합하는 일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은 산소 없이 살 수 없지만 산소를 위해 살지 않는 것처럼 기업에게 이익은 생존을 위한 연료지만 그 자체가 경영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신창재 회장이 2018년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중소기업학회 포럼에서 한국 기업인 최초로 기조연설을 하며 했던 이야기다. 

신창재 회장은 창업주의 뜻을 이어받아 정도경영, 상생경영을 통해 교보생명의 비약적 성장을 이끌었다. 

아버지에 이어 보험업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2003 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을 수상한 것도 이런 경영 신념을 인정받은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보험업계가 처한 여러 난관을 뚫고 교보생명의 제 2의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신창재 회장과 교보생명의 미래 모습이 궁금하다. [기획제작 :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 촬영 : 김원유, 김여진 / 진행 : 윤연아 / 출연 : 조승리]  
<저작권자 © 채널Who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