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신라면으로 미국 접수한 신동원 농심 회장, 벤처정신으로 라면 그 이상으로
등록 : 2023-11-14 10:06:30재생시간 : 8:54조회수 : 5,742서지영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최근 K-푸드 열풍의 중심에서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상품이 있다. 바로 라면이다.

지난해 한국 라면 수출은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했으며 특히 농심은 세계 최대 식품시장인 미국에서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원래 미국 라면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현재 농심은 점유율 2위까지 올라갔으며 농심 해외매출의 절반 정도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농심이 라면을 수출하는 국가는 100개를 넘는다. 

농심은 해외 라면 시장뿐 아니라 국내 스낵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농심이 새로 출시한 먹태깡이 출시 3개월 만에 600만 개 이상 팔리면서 ‘메가 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농심의 쾌속질주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다. 신 회장은 농심의 창업주인 신춘호 전 농심 회장의 장남으로, 2년 전 신춘호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농심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라면왕이라고 불렸던 아버지의 명성에 가려지기도 했고 언론 노출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신 회장은 무려 42년 동안 농심에 몸담으면서 농심의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신 회장은 취임 후 ‘뉴 농심’  “젊은 농심”을 선언하면서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영토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끌고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연 신 회장은 아버지를 뛰어넘고 농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을까?

◆ 미국 라면 시장 접수한 신동원의 승부수, 코로나19 팬데믹 기회가 되다
 
신동원 회장은 일반적인 오너 2세와 달리 말단 평사원으로 입사해서 밑바닥부터 경력을 쌓았다. 

신 회장은 1987년 농심이 일본에 처음 진출할 때 라면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제대로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일본 근무를 자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4년 동안 농심 도쿄지사장을 맡으면서 라면 산업의 기본기를 익혔고 이후 1997년 국제사업 담당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농심의 해외진출을 본격적으로 이끌기 시작했따.

신 회장은 특히 중국 진출을 성공시키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유독 미국 시장에서 성적은 좋지 못했다. 미국은 신춘호 전 회장도 여러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일본 라면의 벽에 막혀 매번 좌절을 맛봤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에게 곧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라면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하고 영화 ‘기생충’에 짜파구리가 등장하면서 한국 라면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신라면 블랙을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의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유통망 관리에 집중하면서 매출 성장에 속도를 냈다.

특히 신 회장이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금액인 2400억 원을 쏟아부어 만든 북미 2공장의 건설로 매년 3억5천만 개의 추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2023년 상반기 농심의 매출은 2022년 같은 기간보다 25.2%, 영업이익은 무려 536% 증가했다. 

오랫동안 아버지가 씨앗을 뿌린 노력 위에 신동원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이 더해지면서 미국 진출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신 회장은 2030년까지 미국 매출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올리고 제 3공장 건립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먹태깡 히트를 만들어낸 신동원의 소통 리더십과 ‘뉴 농심’

신동원 회장이 내건 뉴 농심 전략의 다른 한 축은 ‘젊은 농심’이다. 

젊은 농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분야는 바로 마케팅이다. 2022년 빌딩 전체를 대형 안성탕면 봉지로 꾸민 팝업스토어로 주목을 받았으며 올해 선보인 신라면 팝업스토어는 한 달 동안 2만6천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조직문화 역시 달라졌다. 2022년부터 자율복장제도가 도입됐으며 직급체계를 간소화하면서 수평적 소통도 늘어났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진행된 과자 신제품 사내 아이디어 공모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먹태깡이다. 

농심에게 ‘깡 시리즈’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라면 사업의 후발주자였던 농심은 1970년대 초 경영난에 빠지면서 라면 사업을 접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때 회사를 살려낸 것이 바로 새우깡이었다.

새우깡은 신춘호 전 회장이 직접 개발한 제품이다. 당시 신춘호 회장은 공장에 가마니를 깔고 자면서 4,5톤 트럭 80대 분의 밀가루를  써가며 새우깡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신동원의 투트랙 미래 전략  ‘스마트팜& 비건 건강식품’ 

현재 농심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바로 사업다각화다. 농심은 전체 매출의 80%를 라면에서 내고 있는데, 라면 의존도가 높다보니 라면 원재료 가격의 상승에 따라 영업이익이 출렁이는 사업 구조가 농심의 약점으로 꼽힌다.

신 회장은 이런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각오로 사업다각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업다각화의 첫 번째 축은 바로 스마트팜이다. 지난해 농심은 오만에 스마트팜 컨테이너를 수출하고 올해 UAE, 사우디아라비아와 스마트팜 MOU를 체결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스마트팜의 모든 설비부터 제어시스템까지 직접 자체 개발한 강점을 바탕으로 중동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 회장이 점찍은 또 하나의 성장동력은 비건 푸드다.

농심은 짜파게티에 들어가는 대체육을 개발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비건 브랜드를 만들었으며 2022년에는 국내 최초로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하기도 했다. 또한 라이필이라는 브랜드를 필두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발을 넓혀가고 있다.

신 회장은 2년 전 회장 취임사에서 “1965년 창업 당시 농심은 스타트업이었다”며 벤처정신을 강조했다. 63세의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농심의 키를 쥐게 됐지만 신 회장의 혁신과 변화 의지만큼은 나이와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

물론 신동원 회장이 넘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 특히 농심은 작년부터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더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됐는데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농심으로선 앞으로 더 투명한 경영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등의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성장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넘어 세계 라면 챔피언이 되겠다는 신동원 회장은 농심을 세계 1등 라면 왕국, 글로벌 식품 왕국으로 빚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획제작 :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 촬영 : 김원유, 김여진 / 진행 : 윤연아 / 출연 : 남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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