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주가] KB금융지주 주가 더 갈까, 윤종규 강하게 플랫폼으로 해외로
등록 : 2021-11-02 12:02:15재생시간 : 9:49조회수 : 3,198성현모
◆ 윤종규, KB금융그룹 플랫폼 전략 구체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디지털플랫폼전략에 힘을 붙이고 있다.

KB국민은행 뱅킹앱 '스타뱅킹'이 10월27일 대대적으로 개편되면서 윤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플랫폼 전환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번 개편의 주요 포인트 2개를 꼽자면 슈퍼앱 전략, 그리고 개인화라고 할 수 있다.

KB증권의 '이지(Easy) 주식매매서비스', KB국민카드의 'KB페이', KB손해보험의 '스마트보험금 청구' 등 KB금융그룹 6개 계열사의 핵심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뱅크나 토스는 앱이 여러 개가 아니라 하나다. 이 안에서 종합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고객들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때 고민없이 이들의 앱부터 들어가 해야할 것을 찾아보는 식이다.

이른바 슈퍼앱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을 비롯한 KB금융그룹 계열사들의 고질적 문제로 '앱이 너무 많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번 개편을 통해 그동안 고수해오던 전략을 수정해 슈퍼앱전략을 취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화도 강화했다.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마이데이터서비스와도 연관지을 수 있다.

향후 마이데이터시대가 열리고 더욱 세밀한 고객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를 위해 KB국민은행은 오랜 기간 쌓아온 수준 높은 자산관리 노하우를 담아 고객중심 제안형 맞춤 자산관리서비스 '마이자산관리'를 새로 개편된 앱에 신설했다.

향후 카카오뱅크처럼 플랫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카카오뱅크에 시총 추월 당해, 플랫폼으로서 가치가 평가 갈라

윤 회장이 플랫폼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래 성장성 문제와 직결된다.

모바일과 디지털환경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전통금융권의 영역에서는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가 50여 년 전통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에서 이제 막 상장한 신생 금융기업에게 밀렸다는 점은 이를 나타내는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8월6일 상장해 시가총액이 한때 40조 원대까지 치솟으면서 KB금융지주 시총을 뛰어넘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굴지의 기업이 한순간 빅테크에 밀려 후발주자가 되는 모습은 사실 어느 산업군에서나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아직 이익이나 자산규모는 KB금융지주(2020년 매출 약 55조 원)가 카카오뱅크(약 8천억 원)의 수십배에 이른다.

그런데도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카카오뱅크의 플랫폼으로서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미래가치에 훨씬 높은 점수를 줬다.

반대로 말하면, KB금융지주를 비롯한 전통금융지주들이 아직까지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내부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2~3년 안에 기존 은행들이 빅테크의 판매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윤 회장은 꾸준히 플랫폼 전환을 강조하며 체질 자체를 바꾸려고 노력해 왔는데 최근 그 성과들이 하나둘씩 구체화하고 있다.

◆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탄탄, 공격투자 나서

KB금융그룹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글로벌부문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 금융지주사들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2020년 기준으로 KB금융지주의 해외사업부문 순이익은 1112억 원으로 하나금융지주(5374억 원), 신한금융지주(3419억 원), 우리금융지주(1407억 원)보다 작다.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와 비교하면 1/3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전체 순이익에서 해외사업부문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3%대에 그쳐 10%를 넘어서는 다른 3개 금융지주회사와 비교해 크게 뒤쳐진다. (하나금융지주 20.38%, 신한금융지주 10.01%, 우리금융지주 10.76%)

전체 순이익 규모에서 '1위'라는 위상과 걸맞지 않는 수준이다.

다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아직까지 잠재력이 남아있는 부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윤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힘써왔는데 이제는 뿌린 씨앗의 결실을 맺을 때라는 시선이 나온다.

윤 회장은 올해부터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양종희 전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을 그 자리에 앉혔다. 양 부회장에게 보험부문과 해외사업부문을 전담시키면서 글로벌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

계열사 가운데서는 역시 맏형 KB국민은행을 중심으로 동남아 해외사업 확대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KB국민은행은 10월 캄보디아 마이크로프라삭 잔여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지배력을 확대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2020년 4월 프라삭의 지분 70%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원래는 2022년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지만 프라삭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인수를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프라삭은 2020년 순이익 1억900만 달러를 거두며 2019년과 비교해 5% 증가했다.

마이크로파이낸스(MFI)시장 점유율 44.6%로 대출시장 1위, 전체 금융기관 기준 4위다.

이에 더해 프라삭에서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향후 비대면 신용대출시장이 열릴 것을 대비해 관련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초기지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도 올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유상증자 4천억 원을 투입해 경영을 정상화하고 영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KB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높이 뛰기 위해 멀리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공급망의 탈중국 현상 등에 힘입어 거시경제 여건 개선이 기대된다. 

2014년~2019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인 5.0%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부코핀 인수 당시 최대주주였던 보소와그룹 측과의 갈등도 올해 완전히 해결된 만큼 성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2022년에는 홍콩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싱가포르시장 공략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KB국민은행은 5월 싱가포르통화청으로부터 지점설립 예비인가를 획득하고 향후 글로벌 투자금융과 자금조달의 거점으로 삼고 올해 해외 네트워크를 지속해서 확장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 금융주 주목하는 최근 분위기, KB금융 탄탄한 실적 업고 훈풍탈까

KB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초 4만 원을 찍고 5만 원선을 회복해 지금은 6만 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개별기업의 실적에 따른 상승도 있지만 시장상황 자체가 금융주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시장이 금융주를 주목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재는 금리가 바닥을 찍고 인상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성장주 고평가에 대한 부담이 이어지면서 안정적 배당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KB금융지주에게 호재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때문에 펴치 못했던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윤 회장이 배당성향을 놓고 30%는 돼야 한다고 강조해온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 주주환원정책을 기대해 볼 수 있다.

KB금융지주는 분기마다 배당 정례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도 '역대급'이다. KB금융은 3분기에 순이익 1조2979억 원을 냈다. 

누적 순이익은 3조8천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추월했으며 올해 연간 실적 4조 원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증권사들은 목표가를 줄줄이 상향했다.

은행, 손해보험, 카드, 증권이 모두 호실적 내면서 고루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KB증권은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60.5% 증가한 5433억 원을 내며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으뜸의 성적을 보였다.

그룹 순이익 기여도는 3분기 누적기준으로 지난해 11.57%에서 올해 14.30%로 높아지면서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를 탈피하는데 선봉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3분기에는 증시 거래대금 감소로 관련 이익이 주춤한 상황에서 향후 증시 상황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기업금융부문은 상장주관을 중심으로 꾸준한 실적 증가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채권자본시장의 오랜 강자였는데 그동안 상대적 약점으로 꼽혔던 주식자본시장부문에서도 약진하면서 실적을 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연말 주요계열사 CEO 인사도 눈여겨봐야

올해 말 임기 끝나는 주요계열사 CEO가 많아 주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을 비롯해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등. 푸르덴셜, 손해보험, 부동산신탁, 신용정보 제외하고 13개 계열사 가운데 9계 계열사 사장이 임기를 마친다.

이들은 모두 실적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윤종규 회장과 손발을 잘 맞춰왔다.

실적이나 성과만 놓고 보면 연임에 별 문제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는 점이다.

2020년해 이들을 비롯한 대부분 계열사 CEO 연임할 때 인사적체 등 우려도 나오기도 했는데 올해도 연임하면 이런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윤 회장은 2023년을 끝으로 임기가 끝나는데 주요 과제중 하나가 후계자 양성이라는 점에서 계열사 사장들의 교체 가능성이 나온다.

윤 회장은 안정과 변혁 사이에 줄타기를 잘해 지금과 같은 실적 증가세를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KB금융그룹은 통상적으로 계열사 사장 임기 종료 한 달여 전에 대표이사추천위원회를 열고 인선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 안에 사장단인사와 관련한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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