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삼성전자 폴드3와 플립3, 애플이 폴더블폰 만들면 이길 수 있을까
등록 : 2021-09-01 08:34:46재생시간 : 13:29조회수 : 5,793임금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위기론’ 속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위기론의 요지는 간단하다. 중저가폰시장에서는 중국 업체, 샤오미, 오포 등에 쫓기고 있고 프리미엄폰시장에서는 애플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저가 스마트폰시장 역시 매우 중요한 시장이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의 수익성을 생각해본다면 결국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경쟁자는 애플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폴드 시리즈와 갤럭시플립 시리즈가 ‘혁신’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폴더블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도 결국은 애플을 잡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의문부호를 띄운다. 과연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이 스마트폰 세상을 불러온 아이폰과 같은 ‘혁신’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애플의 아이폰은 혁신과 감성의 대명사다. 이런 이유로 나이가 어릴수록, 남성보다 여성이 갤럭시보다 아이폰을 더 선호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8월 첫째 주 기준 국내에서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가운데 갤럭시와 아이폰은 각각 61%, 1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층(18~29세)만 놓고 봤을 때는 갤럭시와 아이폰의 비율은 각각 45%, 44%로 거의 비슷하다. 특히 18~29세 여성층을 보면 갤럭시 32%, 아이폰 58%로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훨씬 높다.

혁신을 중시하는 청년층이 아이폰을 선택하고 있고, 갤럭시는 소위 ‘아재폰’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다. 

실제로 예전에 한 연예인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우주폰(갤럭시)을 쓰시는 분은 연장자일 확률이 높죠”라고 했다가 논란이 된 일도 있다. 

갤럭시가 ‘브랜드 이미지’에서 아이폰에 밀리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이 이야기하는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의 혁신이 단순히 ‘접는 디스플레이’라는 기술혁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삼성 갤럭시의 브랜드 이미지 자체를 바꿔놓는 혁신이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삼성전자에게 진정 필요한 혁신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폴드3와 플립3는 과연 그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을까?

아이폰이 만들어낸 혁신을 사용자 경험(UX)과 디자인, 그리고 폼팩터(형태)의 혁신으로 정리하고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폴드3와 플립3가 과연 혁신이 될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 폴드3와 플립3, 삼성의 혁신을 ‘기술혁신’에서 ‘UX혁신’으로 바꿔낼까

지금은 갤럭시와 아이폰의 성능이 비슷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예전에 확실히 갤럭시 스마트폰이 애플 스마트폰보다 ‘성능적으로’는 우수했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분명히 스펙만 보면 삼성 스마트폰이 우수한데 이상하게 아이폰이 더 편하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애플은 처음부터 마케팅의 중점을 기술, 그리고 그 기술에 기반한 스펙에 놓지 않았다. 애플 마케팅의 중심요소는 ‘감성’, 즉 사용자경험이었다. 갤럭시 스마트폰이 아이폰보다 성능적으로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아이폰은 그 대신 사용자들에게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소위 ‘애플 생태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이폰뿐 아니라 애플워치, 아이패드, 맥북, 아이맥, 에어팟 등을 이용해 사용자를 ‘애플 생태계’에 들어오도록, 그리고 일단 이 생태계에 한번 빠져 새로운 경험을 시작하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만들어낸 것이다.

이와 달리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혁신은 ‘기술적 혁신’에 집중돼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당장 폴더블 스마트폰이라는 폼팩터 혁신 역시 폴더블 디스플레이라는 기술 혁신에 기반해있다. 

하지만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를 보면 삼성전자 역시 이제는 사용자경험의 혁신에 방점을 찍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 폴드3와 플립3 마케팅의 초점이 사용자경험 혁신에 맞춰져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폴드3와 플립3 언팩행사가 호평을 받았던 것도, 두 기기와 여기에 더해 갤럭시 워치, 갤럭시 버즈가 사용자들에게 줄 수 있는 사용자경험의 혁신을 ‘감성적으로’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진행한 갤럭시 얼리버드 투고 이벤트를 봐도 이런 점이 드러난다. 

얼리버드 투 고 이벤트는 신제품 사전예약 전 제품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도록 2박3일 동안 제품을 빌려주는 이벤트인데, 원하는 기기를 신청해 받는 ‘갤럭시 투 고’ 이벤트와 달리 반드시 ‘무작위 스마트폰 1대+ 무작위 웨어러블기기 1대’의 형식으로만 대여가 가능하다. 

소비자에게 애플 생태계가 아닌 갤럭시 생태계를 경험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본앱 광고를 삭제하겠다고 결정한 것 역시 사용자경험을 중시하는 행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폴드3, 플립3만 놓고 본다면 갤럭시의 사용자경험이 ‘혁신’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단순히 ‘확장’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갤럭시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사용자경험은 없고 단순히 지금까지의 사용자경험을 좀 더 편하게, 좀 더 큰 멋있게 보여주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 갤럭시Z플립3, 디자인으로 갤럭시 브랜드에 세련된 이미지 넣을까

디자인은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어떤 디자인이 우수한 디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애플 아이폰 혁신의 핵심을 디자인에서 찾는다. 애플의 디자인은 위에서 이야기한 사용자경험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잡스도, 지금 애플 CEO인 팀 쿡도 ‘애플 부활, 아이폰의 1등 공신이 누구냐’는 질문에 한목소리로 대답하는 사람이 바로 애플의 전 최고디자인책임자(CDO)인 조너선 아이브다.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의 중심에는 ‘미니멀리즘’이 있다고 알려져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내세운 아이폰 디자인의 미니멀리즘은 ‘감성’에 끌리는 젊은 소비자들, 여성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조너선 아이브의 미니멀리즘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용자경험으로 확장됐다.

조너선 아이브는 ‘이용자가 어떤 기능을 사용할 때 세 번 이상 아이폰을 조작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아이폰 디자인의 목표로 삼았다. 미니멀리즘이라는 디자인 원칙이 사용자 경험의 영역까지 나아간 셈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디자인 혁신을 이룬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아이폰의 미니멀리즘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 삼성전자는 플립3를 통해 갤럭시 디자인의 중점을 ‘세련됨’에 놓은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은 브랜드 이미지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갤럭시의 소위 ‘아재폰’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플립3는 디자인 측면에서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소위 '애플빠'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아사모’에서 플립3 때문에 '탈주(아이폰 사용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구입)'한다는 이야기가 올라올 정도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플립3는 세련된 디자인을 사용자경험의 영역까지 확장시킬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플립3와 함께 출시한 ‘고리 케이스’를 보면 삼성전자의 이러한 고민이 잘 드러난다. 

고리케이스 역시 디자인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고리케이스를 통해 플립3를 단순한 스마트 전자기기에서 나를 꾸밀 수 있는 패션아이템으로 바꿔내려는 삼성전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시절의 젊은층들이 예쁜 열쇠고리를 찾고, 피쳐폰 시절의 젊은층들이 예쁜 핸드폰고리를 찾았듯이 스마트폰을 패션아이템으로 진화시켜 새로운 사용자경험을 찾아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플립3의 전작인 갤럭시Z플립 출시 당시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마치 챌린지처럼 갤럭시Z플립을 이쁘게 꾸며놓은 사진들이 앞다투어 올라오기도 했다. 

◆ 삼성전자는 ‘왜 접어야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마지막은 폼팩터 이야기다. 

삼성전자는 2019년 ‘갤럭시 폴드’ 출시 이후로 꾸준히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폴더블 스마트폰’이라는 스마트폰 폼팩터 혁신에 도전해왔다.

하지만 폴더블 스마트폰의 3번째 작품인 갤럭시Z폴드3까지 나온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왜 스마트폰을 접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내려주지 못하고 있다. 

이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폴더블 스마트폰은 폼팩터 ‘혁신’이라고 부를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은 펼쳐놓았을 때는 디스플레이가 커다란 ‘바(Bar)형’ 스마트폰, 접어놓았을 때는 화면은 작은데 두껍고 무거운 ‘바 형’ 스마트폰에 지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답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답을 두고도 명쾌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폴드3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경험들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폴더블 스마트폰의 장점이 아니라 큰 화면 스마트폰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큰 화면을 접을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만 들고 다녀도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동시에 들고다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폴더블 스마트폰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태블릿보다는 훨씬 크기가 작을 뿐 아니라 폴더블 스마트폰의 가격은 적당한 성능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각각 구매하는 것만큼 비싸다.

아이폰이 폼팩터 혁신을 이뤄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왜 스마트폰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줬기 때문이다.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은 있지만 아이폰 이전까지 스마트폰은 사람들에게 조금 성능이 좋은 PDA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폼팩터 혁신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서드파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폴더블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에 나서기 시작하면 삼성전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해답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애플 역시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바 형’ 스마트폰을 스마트폰의 대세 폼팩터로 만든 데에는 서드파티 개발자들의 공이 매우 컸다. 

하지만 이 이야기 역시 결국 폴드형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전제돼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을 써야하는 이유를 사람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과제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갤럭시 브랜드의 진화 이뤄낼까

폴더블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개척해내고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시장이다. 지금 세계의 어떤 기업도 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따라올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묻고 있다. 과연 애플이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놨을 때 삼성전자는 그 시장을 애플에 뺏기지 않을 수 있는가?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가 단순히 폴더블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넘어, ‘갤럭시’라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자체에 혁신을 불러와야 하는 이유를 담은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삼성전자가 앞으로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진정한 의미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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