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재무 건전성지표 관리에 고심하게 됐다.
김 부회장은 상반기에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하반기에는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자본규모를 늘리는 데 분주하지만 지급여력(RBC)비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
1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메리츠화재가 후순위채와 유상증자를 통해 늘린 자본확충 규모는 2500억 원으로 손해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다. 메리츠화재는 2월 1500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11월13일에는 메리츠금융지주를 통해 1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메리츠화재 이외에는 MG손해보험(유상증자 및 후순위채 2천억 원), 하나손해보험(유상증자 1260억 원), 롯데손해보험(후순위채 900억 원), 흥국화재(후순위채 400억 원) 등이 자본확충을 실시했다. 김용범 부회장이 자본확충에 힘을 쏟는 것은 2023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부채 평가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게 된다. 보험사 부채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떨어지고 이는 금융당국의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보험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다. 보험연구원에서는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용범 부회장도 지급여력비율 관리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메리츠화재는 3분기 지급여력비율 226.7%를 보인다. 현재 금융감독원 권고치 150%보다는 여유가 있지만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된다면 부족한 수준으로 여겨진다. 메리츠화재와 달리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3분기 지급여력비율은 319.29%로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에서도 안정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의 회계제도에서는 후순위채를 발행해 이전에 발행한 후순위채를 차환하는 방식으로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하면 됐지만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급여력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 김 부회장도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관리해왔다.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11월 발행한 25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는 9월4일 만기가 지난 후순위채 2460억 원을 차환하는 데 쓰였다. 올해 2월 발행한 후순위채 1500억 원은 만기가 5년 미만이 된 후순위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2015년 발행한 1천 억 원 규모 후순위채의 만기(2025년 9월9일)가 5년 안으로 들어섰다. 후순위채의 만기가 5년 이상이면 모든 금액이 자기자본으로 인정되지만 5년 미만이 되면 해마다 20%씩 자본인정금액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지급여력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더욱이 후순위채는 채권발행에 따른 이자도 발생한다. 지난해 11월 발행한 후순위채와 올해 2월 발행한 후순위채의 이자율은 각각 3.3%, 3.2%다. 메리츠화재의 3분기 운용자산 이익률이 3.8%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후순위채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김 부회장이 이번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한 것도 이러한 부담을 덜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 도입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자본 적정성을 관리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자본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리츠금융지주가 유상증자를 통해 계속해서 메리츠화재를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김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법인보험대리점에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확장적 영업정책을 폈는데 올해 들어 내실을 강화하며 메리츠화재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별도기준으로 3분기에 누적 순이익 3236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1%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 <저작권자 © 비즈니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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