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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인텔 낸드도 SK하이닉스처럼, 최태원 반도체의 꿈 분수령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0-11-17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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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조 원. SK그룹이 2012년부터 지금까지 반도체와 관련해 굵직한 인수합병과 투자에 사용한 금액이다.

SK그룹은 이 기간에 규모있는 인수합병과 투자에 모두 24조 원을 썼는데 반도체에 70%정도를 넣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만큼 반도체사업에 열정을 보이고 있음을 알려주는 수치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10조 원이 넘는 금액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반도체사업을 어디까지 끌고 가려 하는 것일까?

최태원 낸드플래시 승부

최태원 회장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던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해서 SK그룹에서 가장 큰 매출을 내는 SK하이닉스로 키워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역사상 최고의 인수합병 사례로 꼽히면서 국내 반도체산업의 한쪽 날개를 당당히 이끌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이은 ‘2등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역시 SK하이닉스의 현실이다. 최 회장으로서는 SK하이닉스를 어떻게든 어떤 분야에서라도 1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가 1위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메모리반도체, 그 중에서도 낸드플래시 분야를 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너무 미약하고 메모리반도체 가운데 D램시장은 과점시장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점유율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낸드플래시부문은 6개의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인텔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을 인수합병으로 흡수해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른 뒤 SK하이닉스의 약점을 보완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면 1위도 마냥 멀기만 한 꿈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을 이렇게 단순한 생각만으로 이끌 수는 없다. 최 회장이 정말 낸드플래시시장에 집중하려 한다면 분명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확실한 승산이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최태원 회장은 어떤 대목을 놓고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승산을 봤을까?

◆ 기업용 SSD ‘컨트롤러’ 경쟁력을 갖춘다면 

먼저 낸드플래시산업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낸드플래시시장에서 낸드플래시는 주로 솔루션의 형태로 많이 팔린다. 이 솔루션 가운데 가장 대표적 제품이 바로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다. 

SSD는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HDD)보다 수 배 빠르고 전력 소모는 오히려 적은 차세대 저장장치다. 최근 빠른 속도로 하드디스크를 대체해 나가고 있다.

SSD는 크게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낸드플래시’와 ‘컨트롤러’라는 두 가지 부품으로 구성된다.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는 정보저장장치 역할을 하며 컨트롤러는 낸드플래시의 어떤 부분에 정보를 쓸지, 어떻게 쓸지, 어떻게 정보를 읽어들일지 등을 결정하는 연산장치 역할을 한다. 

비유하자면 낸드플래시는 글을 쓸 수 있는 공책, 컨트롤러는 그 노트에 글을 쓰고 읽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은 바로 이 컨트롤러에 주목했을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019년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128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했고, 현재는 176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현재 176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문제는 바로 컨트롤러 기술력이다. 

컨트롤러 기술력은 SSD 품질 경쟁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SSD가 사람이라면 컨트롤러는 두뇌나 마찬가지인 부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바로 이 컨트롤러 기술력에서 경쟁업체와 비교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이 컨트롤러 기술을 내재화하고 고도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다. SK하이닉스의 인수합병 역사는 컨트롤러 기술을 강화하기 위한 역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SK하이닉스가 솔루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LAMD, 이노스터, 소프텍, 키옥시아 등 관련 회사에 투자한 금액만 5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이런 시도들은 현재까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키옥시아 지분 인수는 2028년까지 키옥시아의 핵심기술에 접근할 수 없다는 계약조건 때문에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에 ‘주식투자’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한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이 컨트롤러 기술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인텔의 컨트롤러 기술만 흡수한다면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시장에서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기업용 SSD를 지배하면 낸드플래시 1위 보인다

기업용SSD(eSSD)는 말 그대로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SSD를 말한다. 최근 클라우드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용 SSD시장의 규모 역시 덩달아 커지고 있다. 

클라우드는 4차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유수의 정보통신(IT)기업들이 모두 클라우드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클라우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센터다. 그리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기업용 SSD가 필요하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22년에 세계 SSD시장의 규모가 약 58조7천억 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기업용 SSD시장 규모는 38조5천억 원가량으로 전망된다.

인텔은 바로 이 기업용 SSD시장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텔은 전체 낸드플래시시장의 11%를 점유하고 있지만 SSD시장에서는 18%에 이른다. 또한 기업용 SSD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은 28%로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과 약 4%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텔이 SSD, 튻히 기업용 SSD 시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컨트롤러 기술이다. 인텔의 컨트롤러 기술력은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맞먹거나 조금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낸드플래시 기술력이 뛰어난 SK하이닉스와 컨트롤러 기술력이 뛰어난 인텔이 서로 시너지를 낸다면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커다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진정으로 인텔의 컨트롤러 기술력을 흡수해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기 위해서는 아직 하나의 관문이 더 남아있다. 바로 인수 후 합병(PMI)절차다.

◆ 인텔과 ‘융합’

SK하이닉스가 인텔의 기술력을 흡수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인텔의 사람과 시스템을 온전히 SK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기술력이란 결국 인적자원과 그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한 언론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가 인텔을 인수한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인텔의 다롄 공장에만 집중하다 보니 나오는 이야기”라며 “이번 인수의 핵심은 인텔이 보유하고 있는 솔루션(SSD) 개발역량이며 인텔이 보유한 인적자원과 그 시스템 확보를 통해 SK하이닉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 ‘융합’을 놓고는 상당한 자신감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자체가 SK그룹의 융합력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 편입되기 전까지 SK그룹에서 반도체를 담당하고 있는 임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완전히 새로운 사업이었기 때문에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할 당시 SK그룹 내부에서는 반대도 매우 많았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반도체가 미래에 보여줄 가치와 그 구성원들의 능력을 믿었다.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반도체를 SK하이닉스로 변신시키기 위해 했던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하이닉스반도체 구성원을 SK의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인수합병 이후에 피인수기업의 대표 자리는 새로운 사람으로 교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의 첫 번째 대표이사에 하이닉스반도체의 당시 대표이사였던 권오철 대표이사를 그대로 유임시켰다. 권오철 대표의 뒤를 이은 박성욱 대표 역시 하이닉스반도체 출신 인사다. 심지어 박 대표는 이후 SK그룹에 몇 명 되지 않는 부회장까지 승진했다. 

결국 하이닉스반도체는 성공적으로 SK하이닉스로 변신을 완료했고, SK의 가장 핵심계열사 가운데 하나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런 역사가 있기 때문에 최태원 회장이 인텔 낸드사업부의 인수후통합 과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생각해봐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인텔은 하이닉스반도체와 달리 외국기업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외국기업과 국내기업의 인수 후 통합 난이도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기업문화도 매우 다르고 살아온 방식, 사고방식마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SK그룹이 인텔 낸드사업부를 성공적으로 SK그룹에 녹여내지 못한다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는 시너지가 아니라 단순히 점유율의 산술적 더하기에 불과한 인수합병 사례, 어쩌면 실패한 인수합병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외국기업의 인수 후 통합에 실패해 커다란 손해를 봤던 대표적 사례는 바로 삼성전자의 미국 AST 인수 실패다. 

삼성전자는 1995년 미국 PC(개인용 컴퓨터)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당시 세계 PC시장 점유율 5위였던 AST를 인수했다. 인수금액만 3억7800만 달러(약 4200억 원)로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 기준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었다. 

삼성전자는 AST 인수를 통해 AST의 글로벌 판매망, 마케팅 역량, 부품 거래처 등을 한 번에 확보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AST 인수는 국내 인수합병 역사상 가장 대표적 인수합병 실패 사례로 남고 말았다. 바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AST의 사람들을 우리나라 기업문화에 맞추려고 시도했을 뿐 아니라 현지 경영체제를 계속 끌고 가겠다는 약속을 1년 반 만에 뒤집고 현지 경영진을 모두 본사에서 파견한 인력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이런 결정은 AST 핵심인력의 대거 이탈로 이어졌다. AST는 세계 PC시장 점유율 5위 업체에서 3년 만에 10위 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직원 수 역시 1/10로 줄었다. 

삼성전자는 약 2억 달러(약 2200억 원)의 손실을 내고 결국 인수 3년7개월 만에 AST를 재매각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SK하이닉스 성공의 전례를 따를지, AST의 길을 가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이 최태원 회장의 반도체 꿈을 이루는 데 아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은 확실하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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